The Strange World of Edward Gorey.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6/02/13 14:47

가끔 이십(삐-) 년 내가 이이에게 무지한 채로 당최 이날 이때까지 어이 살았을꼬 하며 땅을 치게 만드는 사람을 조우하는 수가 있는데, 오늘 내게 알게 된 기쁨과 모르고 산 슬픔을 함께 안겨준 사람은 그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에드워드 고리(Edward Gorey). 오오 할아버님 존안마저 소첩의 취향이올시다. (어이)
조나단 님의 블로그(감사!)에서 늘 그렇듯이 얼쩡대다 어찌어찌 The Curious Sofa를 훔쳐보고 단숨에 홀딱 반했음. 3P 4P는 기본이요 수간에 도구질에 SM에 난교에 심지어 ヤり殺し;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게 한 개도 없으면서 아닌 척 안 그런 척 시치미 딱 떼고 멀쩡한 시늉만 하는 절라 엄한 감성이 내 하트에 불을 붙였다제 베이비(....). 헌데 이 기묘한 소파;가 애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다니 저 동네는 대체...;;; 얼라들아 대체 이게 뭔 내용이라 생각하고 보는 게냐 니들은? ;;;; (뭐 그러다 훗날 나이 먹을 만큼 먹고 눈 좀 뜨여서 다시 보면 허걱! 비명 꽥 지르며 대오각성하게 되는 것이고) 아니, 그보다 난 소파의 정체가 궁금하다! 당최 얼마나 숭악한 물건이길래 began to scream uncontrollably인지 작가는 정체를 밝혀라!! >_<
(확실히 The Story of O의 좀 더 우아하고 의뭉스러운 버전. 다만 이쪽은 모든 걸 상상에 맡기므로 어떤 의미 더욱 위험하고 변태스러움. 꺄아♥) <-....

하여간 Gashlycrumb Tinies도 그렇고 The Willowdale Handcar도 그렇고, 우울하고 음침하고 불길하고 때론 잔인하며 냉혹하고 차갑고 삐딱 노선을 기차게 타고 있고 다소 병적인 꿀꿀한 블랙 유머가 S의 못돼먹은 취향을 아주 제대로 자극했으므로 그 즉시 지름신이 강림하사 고리의 그림책이 갖고파 몸을 비비 틀며 저절로 마우스로 뻗으려는 손을 키보드로 두들겨패고 있음(...). 특히 Gashlycrumb Tinies에서 스물 여섯의 아이들을 찌르고 찍고 물어뜯고 굶기고 빠뜨리고 후려치고 태우고 밟는 등등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각운 딱딱 맞춰가며 가차없이 척살하는 폼에는 그야말로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알았습니다. 냉큼 팬의 대열에 합류할게요. 사랑하게 해 주세요. (넙죽)

그런고로 두들겨 패주고 싶을 때도 많지만 꽤 예쁜 짓도 많이 하는 우리의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시리즈부터 한 번 찔러보기로 결심했음. 난 어서 재벌이 되어야 해... OTL


덤 1. 뮤지컬 캣츠의 원작인 엘리엇의 <노련한 고양이에 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 삽화도 고리가 그렸다는 사실도 주워들음. 전혀 깜깜이던 시절에도 참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라 생각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덤 2. 근데! 왜! 영국인이 아닌 거냐!!!!
(내가 첫눈에 홀랑 반한 저 음울꿀쩍한 감성이 영국인의 그것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어! 무언가의 잘못인 게야!) (<-사랑에 빠지고 보면 십에 팔구는 Damn Hot British더라는 경험에서 기인한 지독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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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란 좋은 것이다.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11/24 12:20

1. 「성서가 말하는 동성애」

한 줄 감상 : 번역은 중요하다.

흠흠. 각설하고, 인간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 그렇더라.
쉽게 말해 성경에 쓰인 대로 따라가면 만사 OK인 성서근본주의란 사실 시한폭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그게 정말 신의 말씀이냐 아니냐를 갖고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평행선을 달릴 게 뻔한 토론은 저리 치워두고, 문제는 그거다. 진짜 원본이 어땠는진 아무도 모르거든.
상대는 수천 년은 까맣게 묵은 책이다. 인쇄술이 발달 못한 시절엔 책 한 권 옮기려면 무조건 죽어라고 필사할 수밖에 없는데 아시다시피 인간의 눈과 손이라는 건 참 믿을 게 못 된다. 머리로는 '님'을 생각하며 손은 '놈'을 쓰는가 하면 '동정'이 '몽정'으로 보이는 일 따윈 비일비재다. 원본의 저자가 좀 악필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왜곡의 참사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같은 언어로 옮길 때도 이 모양인데 하물며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는... 말을 말자.
안 그래도 이미 작게는 '낙타가 바늘귀' 운운부터('낙타'와 '밧줄'을 혼동했다는 이론과 예루살렘 성벽에 낙타가 부비적거리며 가까스로 통과할 만한 크기의 일명 '바늘귀'라 불리는 문이 있었다는 이론 등 말 참 많다;) 크게는 '동정녀'까지 수천 가지의 오역 시비에 휘말려 있는 성경이다. 무식 혹은 실수로 인한 비교적 단순한 오역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번역이 '제 2의 창작'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번역자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해 원작자의 의도와는 기묘하게 엇나간 문장이 수두룩하리라. 없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히브리어/그리스어가 라틴어로 옮겨졌다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등 문화도 딴판이요 때로는 언어 체계조차 다른 수천 가지 언어로 번역됐는데 그 와중에 어찌 에러가 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저자이신 헬미니악 신부님의 증언에 따르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애매한 그리스어 단어가 흠정역 성서 등에선 아예 남색 혹은 남창으로 콱 못박히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정도에 해당되는 그리스어가 '불쾌한' 혹은 '부정한' 같이 척 봐도 딴판인 단어로 번역되는 따위의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다. 자 그럼 영어가 한국어로 옮겨질 땐 또 무슨 사단이 있었으려나.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진정 신의 말씀의 원본인가? 낸들 아냐 -_-
성서가 쓰여진 것은 수천 년 전의 까마득한 옛날이다. 사고방식도 풍습도 21세기를 사는 우리와는 저어기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놀러온 외계인만큼이나 딴판이다. 그 시절엔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취급하는 것은 오로지 동성끼리의 성교 그 자체였다. 더구나 실제의 성서는 동성간의 성교를 두고도 이러쿵저러쿵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유대인에게 있어서 '부정한 것' 즉 유대인의 사회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것 정도로 보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유대인들이 정하고 부정한 것을 가르는 기준도 현대인으로서는 실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자, 이래도 당신은 21세기를 사는 동성애자들에게 케케묵은 수천 년 전의 잣대, 그나마도 알고 봤더니 스스로는 전혀 도덕론을 운운하지 않는 중립적 잣대를 들이대며 성서에서 동성애는 사악하고 더러운 것이라 하였으니 니네들은 전부 지옥불에 떨어질 거라 주장할 건가? 응? 안 됐지만 번짓수가 애초에 틀렸다. 정 동성애가 꼴보기 싫거든 근거는 딴 데 가서 찾아라. 성서는 그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독교가 진정 사랑의 종교를 표방한다면 하느님을 믿는 데 이성애건 동성애건 도대체 뭔 상관이냐는 신부님의 주장이야말로 마땅하다. 언젠가 샐리 님께서 말씀하신 '당신은 하느님의 창조물을 어찌 함부로 부정타 하는가?' 가 마음에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 강추.

다시 한 번 말하건대 그 당시의 상황과 번역 상의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성서근본주의를 논하며 구절 구절을 충실히도 따라가면 '남의 피를 받지 말라'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해도 수혈을 안 받는 모씨들과 오십보백보지 뭔가. 여호와의 증인 비웃었나? 이단이라 했나? 아서라 관둬라. 도토리 키재기다.


2. 「비밀과 음모의 세계사」

P2와 오푸스데이와 (시뇨르 에코가 수도 없이 언급하신 그 단체들) 빌더버그와 펠로우십과 겔렌 조직과 기타 등등. 아따 세상에 참 비밀 조직도 많다.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을 배제하고 존재 가능성이 꽤 높은 조직들만 열거해 보면 하나같이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우익 단체.... 어허허허허허허. (아니 뭐 당연한가) 이 책을 믿는다면 미국에서 카톨릭 단체가 눈에 불 켜고 열라리 설쳐대시는 모양인데 까닥하면 태평양 건너에서 신권 정치의 새 막이 열릴 날도 멀지 않았을지 모른다. .....진짜 싫다;;;

그나저나 여기서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왜 성역(생크츄어리♥)이 없나?" 라고 생각해 버린 당신은 저의 동지.
(어느 저널리스트가 용케도 끌어모은 자료와 억측으로 쓴 성역폭로기를 부아악 잡아뜯으며 격노하다 미국 대통령에게 - 이런 폭로성 글을 쓰는 건 항상 미국인으로 정해져 있다 [어째서] - 핫라인으로 이놈의 책 당장 발금시켜라, 안 하면 목을 따버리겠다고 을러매는 어딘가의 교황님과 책을 훌훌 넘겨보며 한 줄마다 허리잡고 끊어져라 웃어대는 참으로 태평하신 어딘가의 차기 교황과 제 부덕의 소치로 여신님이 이런 모독을 받게 했다며 목숨으로 사죄하겠답시고 당장 목을 매달려 설쳐대는 약간 피해망상끼의 어딘가의 차기 교황 보좌관이 줄줄이 떠오른다. 아아 오염된 두뇌여)


덤 하나. 다윗과 사울과 요나단과 미갈의 개판 오분전(...) 아침 드라마는 잠시 제쳐두고(물론 그쪽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룻과 나오미의 관계에 군침 좔좔 흘렸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훗. (적어도 나는 룻이 보아스와 결혼했을 때 몹시 분개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닛 그렇게 화끈한 고백을 날려놓더니 시어머니는 어쩌라고! 버럭!!)

룻이 가로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거기거기, 감동적이고 윤리적인(...이라고 쓰고 '닭살 돋는' 이라 읽는다) 이야기만 좌르륵 모아 청소년 권장 도서를 엮었던 모씨, 당신 눈엔 사랑한다는 말만 살짝 비껴갔지 절절하고 절절하고 또 절절하기 그지 없는 이 장대한 고백이 단순히 사이좋은 고부관계로밖에 안 보입디까...? 응? (이성애자들의 결혼식에서 맹세의 말로도 자주 쓰인댄다. 어어 뜨겁다;)

덤 둘. 확실히 개역판 성경은 자주 뭔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공동판 성경에는 품위가 없다!
(위의 저게 더 좋은가, "저에게 어머님을 버려두고 혼자 돌아가라고 너무 성화하시지 마십시오." 하며 룻이 말했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겠으며,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제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어머님이 눈 감으시는 곳에서 저도 눈을 감고 어머님 곁에 같이 묻히렵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안 됩니다. 죽음밖에는 아무도 저를 어머님에게서 떼어내지 못합니다." -이게 더 좋은가?)

덤 셋. 필사본이라 해서 생각났는데 아시모프 영감의 발랄한 단편 중에 그런 게 있었다. 계시를 받은 모세가 아론이 필기구를 들고 대기하는 가운데 100억 년의 우주 역사를 몽땅 구술하려는 찰나 아론이 네 목은 쉬고 내 팔은 떨어져나가고 파피루스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떽떽대는 통에 할 수 없이 가진 파피루스에 맞춰 엿새에 꽁꽁 꾸겨넣었다는 심히 쌈박한 이야기였다. 영감님, 당신 최고요.

덤 넷. 글쎄, 아는 만큼 보인다니까.
잘 모르면 입 닥치고 가만히 있는 게 수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실감 중. 으아아 내 자신이 정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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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웬 바람이 불어 타이거! 타이거! 를 재독했다 기분 잡치다.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11/05 11:01

S가 걸리버 포일을 죽어라고 싫어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미쳤거나 말거나, 인간이 멋지고 근사하기만 하면 살인한 남자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살인한 여자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라면 진짜 큰일날 소리이나(당연하죠;) 2차원에서는 사악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평범하고 매력없는 사람 몇을 죽이든 솔직히 '알 바 아닌 거' 맞죠. 한니발 렉터 박사님께 캬아캬아 열광하는 이유가 뭔데요. 기본적으로 토머스 해리스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렉터 박사님 같은 우아하고 멋진 괴물을 창조해 준 데 대해선 엎드려서 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유가 뭣이었건 간에, 여자를 강간하는 남자는 절대로 용서 못합니다.
(살인보다 강간이 더 질 나쁘고 더러운 범죄라는 기본 신념도 결코 양보 못합니다)

나중에야 어떻게 변하든 일단 포일은 초장부터 S에게 인상을 싸그리 망쳤습니다. S의 사랑이 아무리 제국보다 광대하고 느린 계단식일지언정 둔하고 멍청하고 막돼먹은 사내한테까지 줄 만큼 정 많지 않은데, 포일이 로빈 웬즈베리를 강간하는 꼴까지 봤더니 피가 확 역류했습니다. 야 이 망할 자식아!!
아, 설마 지금 강간은 없었다고 주장하실 분은 없겠죠? 저런 상식도 예절도 없는 따악 짐승 같은 사내놈이 가무잡잡한 피부의 잘 빠지고 아름다운 여자를 소파(인지 침대인지)에 집어던지는 걸로 손 털고 꺼질 리 없다는 당위론은 둘째치고, 후에 병원에서 재회했을 때 내 인생 니놈이 다 망쳤다고 이를 북북 가는 로빈이나 옷 갈아입으며 눈치 보는 로빈을 보면 사태는 아아주 빤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아니라고 주장하실 분은, ....그냥 익스플로러 닫고 돌아가세요. -_-
<타이거! 타이거!>가 양념불고기 9인분을 우겨넣은 다음날 아침의 뱃속처럼 불편한 이유는 거기 있습니다. 이 작가, 자세히 보면 로빈을 진짜 함부로 굴립니다. 올리비아 프레스타인이 등장하고 대규모 폭격이 휩쓸고 지나간 그 파티의 밤에, 마치 윤간당한 직후를 암시하는 듯한 로빈의 묘사도 그렇거니와 (진짜 막 나가네 이 작가;) 소행성에서 버리고 튀었던 지즈벨라에겐 덜덜 떨면서 복수가 끝나면 날 죽여도 좋다고 한 주제에 오죽하면 자살까지 시도했을 만큼 처절하게 짓밟아 놓은 로빈에게는 사죄 한 마디 없는 포일은 어떻습니까. ("당신에게 그렇게 심한 짓을 많이 했는데..." 가 사죄로 보인다는 사람도 돌아가세요. 에비에비) 포일에게는 파리야 신부로서의 기능을 하는 등 - 물론 품격은 한참 떨어짐; - 분명 어느 정도 대접을 받고 있는 지즈벨라와 아주 뻘밭에 콱 처박혀 있는 로빈, 이 둘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지즈벨라는 백인이고 로빈은 흑인이라는 겁니다. (오호라 백인 여자는 존중해 줘야 하지만 흑인 여자는 함부로 굴려도 된다 이거냐, 젠장 White Male이란!!!) 빌어먹을, 이럴 바엔 이년 저년 할 거 없이 다 짜증만 팍팍 나는 <신들의 사회>가 나았다!!!

그야, 무지하고 단순하지만 또한 순진하고 선량하여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젊은이 에드몽 단테스와 우아하고 고상한 몽테 크리스토 백작보다 거칠고 둔하고 짐승 같고 쪼끔 교화는 됐어도 여전히 야수가 따로 없는 걸리버 포일이 훨씬 현실적이고 남자란 생물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면야 그 점에 대해선 할 말 없습니다. (여전히 막판의 포일의 대오각성-_-;;;;이 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뭐 넘어가고)
하지만 어차피 픽션이라면 품위 있는 미중년의 세련되고 차분한 복수극을 보고 싶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말이죠, 주인공의 복수극에 공감을 품으려면 문제의 주인공에게 팍팍 감정 이입을 해야 하는 건 아아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주인공의 입장에서 저 벼락맞을 놈들에게 분노를 품고 하나하나 파멸하는 꼴에 얼싸 좋다 환호하는 게 복수극의 기본 아닙니까? 적어도 S는 때려죽여도 저런 짐승 같은 스키에겐 공감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가 호를 때려잡겠다 날뛰어도 아, 그러셔-_-;;고 (랄까, 이렇게나 머리가 잘 돌아가게 됐고 재벌도 되셨으니 오히려 보가 호에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_-) 절 버리고 날라버린 문제의 선장 앞에서 마구 울부짖어도 어서 개가 짖나...며 시큰둥할 뿐. 인물도 저 망할 놈의 스키;;; 아니면 으응? ;;; 이고 스토리도 으음...;;; 이고 카타르시스도 ......어이어이;;;; 면 대체 이 소설에서 뭘 건져야 한다는 겁니까? 아, 퍽퍽 몰아치는 문체라던가 타이포그래피요? 그건 좋았습니다. 인정하죠.
우씨, SF판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랍시고 되도 않은 기대를 품게 만든 카피라이터 누구야!! 니들 다 죽었어!!!

이상, <타이거! 타이거!>를 다시 봤다 기분만 잡친 S의 투덜거림이었습니다.
(예전 포스팅에서는 최대한 욕설을 억누르고 있었음을 깨달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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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자폭의 이단 콤보.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10/26 11:31

매더슨의 「나는 전설이다」와 레슬러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탐독 중. 하나는 찝찝하고 하나는 꿀꿀하다. 하나는 상상이 너무 잘 되어서 무섭고 하나는 엄연한 현실이라서 무섭다. 사람 살려어어어어어어어어;;;;;
그나저나 인터뷰는 존재 자체가 네타의 보고. 어딘가의 형이라던가 동생이라던가 형이라던가 동생이라던가 (무한 루프)

오늘의 교훈 : 이런 책들 한밤중에 읽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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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에 대한 아우성.

읽거나 혹은 죽거나 | 2005/09/08 20:02

예-전에 국내에 소개된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는 독사(Fer-de-lance), 크리스마스 파티(Christmas Party, 국내 제목 죽음의 페르노;;), 챔피언 시저의 죽음(Some Buried Caesar), 요리사가 너무 많다(Too Many Cooks), 구인광고(Help Wanted, Male, 국내 제목 대역을 찾는 탐정), 이렇게 다섯 편뿐이라고 의기양양하게 선언한 적이 있는데, 갱신 갱신. S가 모르는 사이에 한 편이 추가되었습니다.
최근에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 중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2」에 「7월 4일의 야유회」라는 제목으로 Forth of July Picnic이 수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 비바, 밀리언셀러 클럽!!


.....이라고 할 줄 알았냐아아아아아아아!!!!!! (뿌드드드드득)


죽어버려 역자. 네로 울프가 대체 언제부터 '형사'가 됐냐. Detective가 경찰의 직위 맞긴 하지만 굳이 구분할 필요 없을 땐 Private Detective(사립탐정)도 그냥 Detective라고 한다. 괜히 Detective Conan인 줄 아냐! 사전 조사도 제대로 않고 Detective래니까 그냥 습관적으로 형사라고 옮겨논 게지. 세상에 저렇게 뚱뚱하고 크고 제멋대로고 꼬봉까지 하나 달고 우아하게 레스토랑 종사자들의 모임에 연설하러 나가고 시체를 발견해놓고 관여하기가 귀찮고 집에서 밥 못 먹을까 걱정돼서 냅다 튀려는 형사가 어딨냐. 긴 말 필요없다. 그냥 죽어버려.

까놓고 말해 전체적으로 번역의 질도 상당히 못마땅하다. 특히 울프와 굿윈이 거의 숨도 안 쉬고 두다다다 주고 받는 독설난사만담의 죽여주는 유쾌함이야말로 네로 울프 시리즈의 진가인데 이 역자는 그걸 하나도 못 살려서 대화가 짜증나게 밋밋하다. 죽음의 페르노가 문법은 개판이었을지 몰라도 배 잡고 굴러댕기는 아치와 꺼져버리라 꽥꽥대는 울프가 웃기기는 절라리 웃겼다. Forth of July Picnic처럼 통통 튀는 단편을 저따구로 평평하게 바꿔놓는 것도 재주는 재주다. 그리고 에드워드 D. 호크(Edward D. Hoch)가 대체 언제부터 호치가 됐는지 누가 내게 좀 알려다오.

덤으로 밀리언셀러 클럽 17번 「벤슨 살인사건」도 저.얼.대. 안 사 보기를 강력 주장한다. '탐정사상 제일 눈꼴시게 재수없는 탐정'(S 왈) 파이로 반스가 필로 밴스로 둔갑한 것도 아닌 대낮에 까무러칠 노릇인데 주인공들 어조부터가 아주 끔찍하게 글러먹었다. 반스도 반 다인도 마크햄도 나이 먹을 만큼 먹고 점잔은 잔뜩 빼는 엘리트들이지 여드름 난 10대 고등학생이 아니란 말이다! 필로 밴스를 참고 끝까지 보려 했건만 2인칭이 '너'고 말투는 발랄천만하니 열 페이지도 못 가서 내팽개치고 나 죽었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김재윤 씨, 당신 나한테 찍혔어.

황금가지는 스티븐 킹 시리즈 때부터 나한테 찍힌 출판사지만 그만큼 크고 잘 나가는 출판사가 정말 와 이러나 모르것다. 출판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며 번역에 불만 있으면 영어 실력 더 쌓아서 원판 사 보라 이거냐? 에라이 인간들아.

아, 그치만 매더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솔직히 무지 탐난다. 원래부터 관심 있는 작가의 관심 있는 작품인데다 이건 번역도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고. (루스 렌들의 「내 눈에 비친 악마」도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웬만하면 그 역자로 A Judgement in Stone이나 다시 내주지? 국내 번역판은 절판된지 오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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